한눈에 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16일 밤(현지시각, 한국시각 17일 낮)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 시행'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해, 이 법이 러시아에 적용하도록 규정한 관세와 제재 조항 대부분의 효력을 유예했다. 법은 서명 30일 뒤인 10월 18일부터 러시아산 상품에 500% 추가관세를 물리고 러시아산 원유·가스 최대 구매국 5곳에 100%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는데, 그 시한 이틀 전이다. 행정명령은 법 115조에 따라 "이 유예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인증서와 그 근거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만 적었고, 유예가 언제 끝나는지는 정하지 않았다(White House).
이 법은 7월 세상을 떠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리처드 블루멘설 민주당 상원의원과 함께 발의했고, 상원 86 대 11, 하원 262 대 159로 통과한 뒤 트럼프 본인이 9월 18일 서명했다(Paul Weis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미국에서 유감스럽게도 린지 그레이엄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썼고, 공동 발의자인 블루멘설 의원은 "이 유예는 국가안보와 아무 관계가 없고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아첨하는 것과 전적으로 관계가 있다"고 했다.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무책임을 넘어섰다(Beyond irresponsible)"고 썼고, 러시아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통령 특사는 "진정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환영했다.
배경에는 지난주 트럼프가 푸틴과 합의한 러시아산 경유 수입,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경유 가격, 그리고 트럼프가 11일 선언한 '에너지 휴전'을 우크라이나가 15일 랴잔 정유소 타격으로 깬 일이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17일 대통령이 "최대 60일" 동안 제재와 관세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트럼프는 18일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서 어리석게 밀어내는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다"며 젤렌스키가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썼다.
무슨 일이: 행정명령 4조와 "국익" 인증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은 7개 조로 돼 있다. 1조는 그레이엄법이 9월 18일 서명됐다는 사실과 함께 115조의 내용을 옮겼다. "그레이엄법 115조는 대통령이 외국인에 대한 제재 조항, 특정인에 대한 제한, 그리고 그레이엄법에 따른 관세의 적용을 유예할 권한을 부여하되, 그러한 유예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서면 인증과 인증의 근거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Section 115 of the Graham Act authorizes the President to waive the application of any sanctions provision with respect to a foreign person, any restriction with respect to a person, and any duty under the Graham Act, subject to the submission to the Congress of a written certification that such a waiver is in the national interests of the United States and a report explaining the basis for the certification)"는 문장이다(White House).
2조는 법이 요구하는 관세를 형식상 규정했다. "러시아연방산 상품의 관세율은 500% 종가세만큼 인상된다(The rate of duty on goods from the Russian Federation shall be increased by 500 percent ad valorem)", "러시아연방산 원유·천연가스의 최대 수입국 5곳의 상품은 해당국이 2026년 10월 18일 이후 러시아산 원유나 천연가스를 알면서 새로 구매할 경우 관세율이 100% 종가세만큼 인상된다"고 썼다. 그러나 각 항은 "114조의 예외와 이 명령 4조에서 발령된 유예를 조건으로"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4조가 유예 조항이다. (a)항은 "115조(a)에 따라 그레이엄법 112조와 113조 또는 이 명령이 규정한 관세의 적용을 유예한다"고 했고, (b)항은 102조(d)의 제재와 제한을 유예하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밝히건대, 이 명령의 어떤 내용도 2026년 3월 24일 내가 연장한 국가비상사태에 대응해 발령된 행정명령에 따른 제재나 조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적어 기존 제재는 그대로 둔다고 했다. (c)항은 "102조(a), 102조(e), 103조, 104조, 105조, 106조, 107조, 108조, 109조, 110조, 111조, 117조"의 제재와 제한을 유예한다고 열거했다. 세 항 모두 "나는 이 유예의 발령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인증서와 인증의 근거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115조(b)에 따라 의회에 제출했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d)항은 "(a)항부터 (c)항까지의 유예는 대통령 또는 국무장관이 재무장관 및 무역대표와 적절히 협의해 추가 조치가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한다"고 정했다(White House).
ABC뉴스는 이 명령이 러시아에 관한 법의 실질 조항 전부를 유예한 것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수용한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적대행위를 멈출 때 제재를 종료할 수 있게 한 조항(117조)까지 유예했다고 분석했다. 기존 행정명령 제재는 유지되지만, 그 제재를 유지하도록 법으로 묶어 둔 조항이 유예돼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손댈 길이 열렸다는 설명이다(ABC News). 제재법 분석 매체 '디플로머시 앤드 로'는 법이 폐지되거나 종료된 것은 아니며, 기존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 명단에서 누구도 빠지지 않았고, 10월 18일은 유예 만료일이 아니라 법이 정한 30일 시행 준비 기간의 끝일 뿐이라고 정리했다. 다만 러시아 국채 매입 금지(109조)는 법 발효와 동시에 효력이 생겼다가 이번 유예로 멈췄다고 덧붙였다(Diplomacy and Law).
백악관의 테일러 로저스 대변인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잔혹한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지금 제재 조항을 집행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평화협정을 협상하려는 미국의 진행 중인 노력을 방해할 것"이라고 했고, "대통령은 언제든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ABC News).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매우 좋은 결정이고, 나라에 좋은 결정이 될 것(It's a very good decision, and it's going to be a decision that's good for the country)"이라고 말했다(Fox Business).
유예된 법: 500% 관세, 2차 관세, 은행·그림자 선단 제재
그레이엄법의 원형은 2025년 4월 1일 그레이엄과 블루멘설 의원이 공동 발의한 '러시아 제재법(S.1241)'으로, 상원의원 84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레이엄 의원이 7월 숨진 뒤 그의 자리를 이어받은 여동생 달린 그레이엄 의원이 고인의 이름을 붙인 수정안을 냈고, 상원은 8월 7일 86 대 11로, 하원은 9월 16일 262 대 159로 통과시켰다. 하원 표결에서는 민주당 58명이 찬성하고 공화당 7명이 반대했다(Wikipedia).
법무법인 폴 와이스의 조항 분석에 따르면 법의 뼈대는 다음과 같다. 102조는 러시아 고위 관리와 군 지휘부, 러시아 방위산업을 돕는 외국인, 올리가르히, 제재 회피 선박과 운영자, 그 선박을 받아 주는 외국 항만 운영자를 심사해 제재하도록 했다. 103조는 러시아 중앙은행과 스베르방크, VTB, 가스프롬방크 등 국영 금융기관에 전면 제재를, 이들과 상당한 거래를 하는 외국 금융기관에도 제재를 요구했다. 106~109조는 증권 거래, 투자, 에너지 수출·투자, 국채를 다루고, 110조는 제재 회피에 쓰이는 금융 메시징 서비스, 111조는 러시아산 우라늄을 겨눴다. 112조는 발효 30일 안에 러시아산 전 품목에 최대 500% 관세를, 113조는 최근 12개월 러시아 원유·가스 최대 수입국 5곳과 제재 회피 조력국 5곳에 최대 100% 관세를 물리고 180일마다 재평가하도록 했다. 117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수용한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적대행위를 중단했다고 대통령이 인증해야 제재를 끝낼 수 있고, 의회는 30일 안에 불승인 결의로 막을 수 있게 했다. 대부분 조항은 2031년 9월 18일 일몰된다(Paul Weiss).
AP는 이 법을 "러시아의 전쟁 자금 흐름을 조이기 위해 러시아 관리, 은행, 러시아산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유조선 '그림자 선단'을 겨눈 것"으로 요약했다(AP(ABC News)). 국내 보도는 "러시아산 상품에 최대 500%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 석유·가스 주요 구매국에도 관세를 물리는" 법으로 소개했다(경향신문). 루비오 장관이 17일 "문제는 이 제재가 러시아만 겨눈 것이 아니라는 점(The problem is these sanctions were not just sanctions on Russia)"이라며 인도를 예로 든 것도 113조의 2차 관세 때문이다(Ukrainska Pravda).
기간: 만료일 없는 유예와 루비오의 "60일"
행정명령 4조(d)에는 만료일이 없다. 우크라이나계 미국 단체 '라좀'은 "유예에 만료일이 없다"는 점을 비판했고, RFE/RL은 백악관이 주요 조항을 유예한 실질적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FE/RL). 한겨레는 "사실상 무기한 유예"라고 표현했다(한겨레(서플)).
기간을 언급한 것은 루비오 장관이다. 그는 17일 우즈베키스탄 출국 전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60일의 기간을 두고 분석하고자 한다(The president wants to take the 60-day period of time to sort of analyze)"며,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따져 보겠다고 말했다. 경유 거래에 대해서는 "그 경유는 어떤 식으로든 팔릴 것이었다. 유일한 차이는 미국이 그중 얼마를 가져가느냐였다"고 했고, "세계 곳곳의 분쟁이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Kyiv Post). 그는 "몇 달 전 호르무즈가 위협받을 때도 러시아산 원유에 60일 유예를 한 적이 있다"며 "이제 호르무즈 해협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Ukrainska Pravda). 행정명령에는 60일이라는 숫자가 없으므로, 이 기한은 행정부의 설명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10월 16일 기준 60일은 12월 15일 무렵이다.
의회가 당장 대응하기도 어렵다. 키이우포스트는 의회가 11월 3일 중간선거 뒤까지 휴회 중이어서 그 전에는 대응 입법이나 불승인 결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전했다(Kyiv Post).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 의원은 16일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막는 초당적 법안을 발의했다(RFE/RL).
반응: 젤렌스키 "유감"과 3자 회담, 초당적 비판, 러시아 "역사적 순간"
젤렌스키는 17일 소셜미디어에 "미국에서 유감스럽게도 린지 그레이엄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결정이 내려졌다(A decision was unfortunately made in America to completely disregard the Lindsey Graham Act)"고 썼다. 트럼프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은 채 법안을 지지한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이 법이 "엄청나게 도움이 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럴 수 있다(could have helped enormously -- and still can!)"며 제재 공백이 푸틴의 공격을 부추길 뿐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푸틴이 살상과 에너지 시설 공격을 멈추게 하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하기를(do everything possible)" 바란다고도 했다(AP(ABC News), AFP(Yahoo)). 기자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제재 해제는 계속될 것이다. '경유 거래'는 첫걸음일 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X 게시글의 다른 대목을 "이 모든 것을 되돌리고 막아버리겠다는 결정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분명 러시아에만 도움이 된다"로 옮겼다(허프포스트코리아).
같은 날 젤렌스키는 미국이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단 왓츠앱 채팅방에서 "G20 정상회의 기간 미국에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직 러시아나 미국으로부터 확인된 바가 없다. 유럽 국가에서 열릴 수도 있다"며 "미국은 아랍에미리트(UAE)나 사우디아라비아를 계속 언급했다"고 말했다(헤럴드경제 미주판(연합뉴스)).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미국이 이 일을 하고 있다. 3자 회담 제안을 갖고 있다(The United States is working on this. They have a proposal for a trilateral meeting)"고 했고,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회의 서기가 이끄는 협상단이 16일 재러드 쿠슈너 특사와 "실질적 협의"를 했으며 대면 회의의 일정·장소·형식을 다음 주 안에 확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G20 정상회의는 12월 마이애미에서 열리며, 트럼프는 푸틴의 참석 여부를 모르지만 "그가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Kyiv Post).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푸틴이 9일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11월 18~19일 선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시진핑과 젤렌스키를 뺀 3자 회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했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회담 자체나 잠재적 의제에 대해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세 당사자 모두 그러한 회담이 열릴 가상의 가능성은 인정하고 있다"고 답했다(뉴스핌).
미국 의회의 비판은 초당적이었다. 블루멘설 의원은 트럼프가 "미국인 다수, 상·하원의 대표자들, 그리고 유럽 동맹국들"에게 등을 돌렸다며 "이 유예는 우리 국가안보와 아무 관계가 없고,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아첨하는 것과 전적으로 관계가 있다(These waivers have nothing to do with our national security, and everything to do with sucking up to Vladimir Putin)"고 했다(AP(OPB)).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가 푸틴에게 올해 최고의 생일 선물을 줬다"며 "악마와의 거래가 점점 더러워지고 있다"고 했고,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푸틴의 침략 전쟁을 계속하게 돕는 것"이라고 했다(ABC News, Time).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틸리스 의원은 "무책임을 넘어섰다(Beyond irresponsible)", "상원이 86 대 11로 통과시킨 법을 집행하라는 말의 어느 부분을 대통령과 참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가(What part of enforcing a law passed 86-11 by the Senate does the President and his advisors not understand?)"라고 썼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한 러시아 독재자에게 굴복하고 있다"고 했다. 존 코닌 의원은 "린지가 경악했을 것(Lindsey would be appalled)"이라고 했다(Newsweek). 테드 크루즈 의원은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실수였다고 본다"고 했고, 달린 그레이엄 의원은 "개인적으로 나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했다(Fox Business). 그는 "나는 푸틴을 믿지 않고 러시아를 믿지 않는다"고도 했다(Time).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는 게 아니라 늘리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7명 중 한 명인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의회가 부여한 행정 권한을 쓴 것을 보니 기쁘다"고 했다(ABC News). 이보다 앞서 13일에는 틸리스·콜린스·머카우스키·매코널·코닌·암스트롱 등 공화당 6명과 블루멘설·셔힌·더빈·화이트하우스·리드·쿤스 등 민주당 6명이 트럼프에게 보낸 서한에서 경유 거래를 "우리 적에게 주는 선물이자 동맹에 대한 배신"이라며 철회와 그레이엄법 권한 행사를 요구했다(CBS News). 경향신문은 이를 "공화당도 '무책임' 반발"로 전했다(경향신문).
러시아에서는 푸틴의 경제 특사 드미트리예프가 "트럼프 행정부의 그레이엄법 유예는 중요하고 진정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법이 시행됐다면 "무엇보다 미국 경제와 세계 시장에 심각한 피해"를 줬을 것이라고 썼다. AFP는 17일 시점에 크렘린과 푸틴은 아직 반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AFP(Yahoo)). 유로뉴스는 그가 이 법이 "러시아와 미국의 경제 협력을 완전히 멈춰 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Euronews). 파이낸셜뉴스는 "미국과 러시아의 경제 대화와 평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그의 말을 함께 옮겼다(파이낸셜뉴스).
배경: 경유 거래, 정유소 타격, '에너지 휴전'
이번 유예는 일주일 전 경유 거래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는 10월 9일 푸틴과 통화한 뒤 러시아가 경유 30만 톤을 즉시, 11월에 50만 톤, 그 뒤 100만 톤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재무부는 같은 날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2027년 4월 7일까지 허용하는 일반허가(GL 135)를 냈다(Time). ABC뉴스는 유예가 없었다면 그레이엄법에 따라 그 경유에 관세가 붙고 이를 실은 선박이 제재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짚었다(ABC News). 트럼프는 11일 '에너지 휴전'을 선언했지만 우크라이나는 15일 러시아 3위 랴잔 정유소를 타격해 나흘 만에 이를 끝냈고,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하는 일은 세계 유가를 올리는 것뿐"이라고 비난했다. 이 경과와 미국 경유 가격(10월 16일 갤런당 6.33달러)은 앞선 기사에 정리돼 있다.
트럼프는 18일 트루스소셜에서 유예를 이렇게 설명했다. "러시아에 대한 나의 결정은 매우 간단하다(My decision on Russia is a very simple one)." "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를 협상하는 중이며, 어리석게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서 밀어낼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다(I am in the process of negotiating Peace in the war between Russia and Ukraine, and don't want to do anything that will drive, foolishly, Russia away from the bargaining table)." 그는 우크라이나가 세계 경유 시장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러시아 정유소를 공격한다며 "젤렌스키는 신경 쓰지 않는다. 솔직히 유럽이 그에게 주는 그 많은 돈을 생각하면… 그는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고, 아마 처음부터 그랬을 것"이라고 썼다(Al Jazeera). 제재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는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서명할 수 있다(I can sign it later, or any time that I want!)"고 했다(CBS News, 뉴스핌).
같은 주말 우크라이나는 공격을 더 키웠다. 17~1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페테르부르크 석유 터미널과 루치 유류 저장소 등이 드론 공격을 받아 최소 1명이 숨졌고, 러시아 국방부는 15개 지역과 크림, 흑해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1,015대 이상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는 개전 이후 이 도시에 대한 최대 공격이라고 했다(CBS News, Al Jazeera). 젤렌스키는 18일 NBC '밋 더 프레스'에서 유예가 "우크라이나를 해칠 것"이라며 "나와 푸틴을 비교할 수는 없다. 그는 침략자다"라고 했고, 미국이 러시아 편에 선다면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끊겼던 미국의 정보 공유가 재개됐다고도 밝혔다(Al Jazeera). 러시아도 16~17일 밤 순항미사일 4발과 드론 332대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15곳 이상을 때렸다(AP(ABC News)).
국민일보는 이번 조치를 "고유가에 발목 잡힌 트럼프"로 요약하면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특사단이 유럽 동맹국들에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재개를 제안했다는 보도를 함께 전했다(국민일보). 전문가 평가는 효과에 회의적이다. 브라운대의 제프 콜건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를 경유와 맞바꾸는 격"이라며 세계 시장이 커서 가격은 크게 움직이지 않겠지만 러시아에는 상당한 추가 수입이 될 수 있다고 했고, 컬럼비아대의 타티아나 미트로바는 "미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경제적 이익은 꽤 제한적"이라며 "유럽은 제재를 조이는데 워싱턴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시카고대의 콘스탄틴 소닌은 "미국이 유럽의 능동적 행위자에서 물러나는 또 하나의 걸음"이라고 평가했다(Time).
의미
이 법은 애초 의회가 대통령의 재량을 좁히려고 만든 것이었다. 기존 행정명령 제재를 법률로 굳히고, 500% 관세와 2차 관세를 '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적고, 제재를 끝내려면 평화협정 서명을 인증하고 의회 심사를 거치게 했다. 그러나 같은 법의 115조는 "국익" 인증서 한 장으로 어떤 조항이든 유예할 수 있게 했고, 트럼프는 서명 28일 만에 그 조항으로 나머지를 모두 비워 냈다. 바이든 정부 당국자였던 존 파이너가 법 통과 전에 "대통령이 갖지 못한 새 제재 권한을 더하지 않으면서 유예 조항과 광범위한 관세 권한을 준다"고 지적했던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Wikipedia).
남은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유예에 만료일이 없으므로 루비오가 말한 60일은 행정부가 스스로 정한 시간표일 뿐이고, 그 안에 평화협상이나 경유 가격에서 성과가 없으면 유예를 끝낼지 아니면 더 풀지 알 수 없다. 둘째, 의회는 11월 3일 선거 전까지 움직일 수 없고, 선거 결과에 따라 믹스 의원의 경유 거래 차단 법안이나 유예 철회 요구의 동력이 달라진다. 셋째, 트럼프가 유예의 이유로 든 협상은 미국이 추진한다는 미·러·우 3자 회담과 러시아가 제안했다는 미·중·러 3자 회담이 겹쳐 있어, 어느 쪽이 먼저 잡히느냐가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좌우한다. 이는 해석이다.
확인할 점
- 행정명령 서명 시각은 백악관 문서와 RFE/RL이 10월 16일(밤)로 적었지만, 타임은 "17일 금요일"로 썼다. 16일이 금요일이므로 타임의 날짜 표기가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
- 그레이엄 의원의 사망일은 타임과 RFE/RL이 7월 11일, 위키백과가 7월 12일로 다르다. 본문에서는 "7월"로만 썼다.
- 트럼프가 의회에 제출한 인증서와 "근거 보고서"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평화협상 방해 우려 외에 실질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 루비오의 "60일"은 행정명령에 없는 숫자다. 기산일이 16일인지 18일인지도 밝히지 않아 본문의 12월 15일은 추정이다.
- RFE/RL은 행정부가 113조에 따른 10월 8일 의회 통보 기한을 넘겼다고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으나 본문에서는 확인하지 못해 사실로 쓰지 않았다.
- 젤렌스키가 말한 3자 정상회담은 러시아와 미국 어느 쪽도 확인하지 않았다. WSJ가 보도한 푸틴의 미·중·러 회담 제안도 미 고위 당국자가 "트럼프가 아직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 단계다.
- 트럼프의 "매우 좋은 결정" 발언은 폭스비즈니스 보도에 기댔으며 발언 장소와 전체 맥락은 확인하지 못했다.
- 워싱턴포스트·더힐·CNBC 원문은 접근이 막혀 다른 매체의 같은 내용으로 대체했다.
- 남은 일정: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11월 18~19일 선전 APEC, 12월 중순 60일 검토 기한, 12월 마이애미 G20.
출처
- Implementing the Lindsey O. Graham Sanctioning Russia and Iran Act of 2026 — The White House
- President Signs Bipartisan Russia and Iran Sanctions Bill Into Law: Key Provisions — Paul, Weiss
- Sanctioning Russia Act — Wikipedia
- Did Trump Lift Russia Sanctions? What the October 16 Waiver Changes — Diplomacy and Law
- Trump signs order waiving Graham Act sanctions on Russia, drawing backlash from some lawmakers and Zelenskyy — ABC News
- Zelenskyy urges support for new US sanctions on Russia after Trump puts them on hold — AP(ABC News)
- Trump pauses US sanctions on Russia — AP(OPB)
- Trump faces bipartisan backlash over Russia sanctions waiver, causing top Republicans to break ranks — Fox Business
- What Trump's Waiver of New Russia Sanctions Means for Ukraine — Time
- Republicans Turn on Trump Over Russia Sanctions Waiver — Newsweek
- Bipartisan senators urge Trump to rescind Russian diesel deal, calling it a "betrayal" of Ukraine — CBS News
- Trump Waives Graham Act Sanctions On Russia Before They Take Effect — RFE/RL
- Trump Using 60-Day Pause to Review Russia Sanctions, Rubio Says — Kyiv Post
- Rubio explains Trump's 60-day waiver of Graham Act sanctions on Russia — Ukrainska Pravda
- Zelensky: US Preparing Proposal for Trilateral Summit — Kyiv Post
- Russia hails Trump waiving sanctions as 'historic' — AFP(Yahoo)
- Trump signs executive order waiving new Russia sanctions package — Euronews
- Trump defends Russian sanctions relief, lashes out at Zelenskyy — Al Jazeera
- Russia's war on Ukraine 'must be brought to an end', Zelenskyy says — Al Jazeera
- Trump accuses Zelenskyy of not wanting to end the war sparked by Russia's full-scale invasion — CBS News
- 트럼프, 대러 제재 발효 이틀 전 전격 유예…공화당도 "무책임" 반발 — 경향신문
- 트럼프, 대러 제재 전격 유예…러 "역사적 순간" 환호(종합) — 파이낸셜뉴스
- 트럼프가 서명했던 미국의 러시아 제재를 트럼프가 시행 직전 멈췄다 : 젤렌스키 "푸틴의 공격 부추기는 결정" — 허프포스트코리아
- 고유가에 발목 잡힌 트럼프… 최측근 '대러 제재'도 보류 — 국민일보
- 트럼프 "러 제재 유예, 평화협상 위한 것…젤렌스키 전쟁 끝낼 의지 없어" — 뉴스핌
- 푸틴, 트럼프·시진핑과 우크라 종전 회담 제안…젤렌스키는 배제 — 뉴스핌
- 젤렌스키 "G20 정상회의 기간, 美·러와 3자 회담 가능성" — 헤럴드경제 미주판(연합뉴스)
- 러시아 경유 수입 이어 제재까지 유예한 트럼프…공화당서도 "푸틴에 굴복" — 한겨레(서플)
- 우크라이나, 트럼프 '에너지 휴전' 나흘 만에 러시아 3위 랴잔 정유소 타격…트럼프 "유가 올리는 건 젤렌스키" — Zeta4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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