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법을 다루는 사람들: 정의론으로 읽는 한국 사법」 2편. 사실 보도에 평가를 더한 해설 기사다. 1편에서는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모인 권한을 다뤘다.
한눈에 보기
하트는 법조문이 모든 경우를 미리 정할 수 없어 판사의 재량이 들어설 '열린 구조'가 남는다고 했다. 이 재량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는 최근 한국 판결에서 드러난다. 같은 사건에서 1심과 2심 재판부의 형량이 8년 차이 났고, 같은 조항은 대법관 구성이 바뀐 뒤 반대 방향으로 해석됐다. 판사의 경력과 재판부 구성이 형량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반대로 양형기준 준수율은 90%를 넘고, 시민 배심원과 판사의 결론은 93.9% 일치한다. 이 글은 판사 개인이 결과를 바꾸는 지점이 어디이고, 그를 묶는 장치는 어디까지 작동하는지 살핀다.
1. 재판부가 바뀌자 형량이 바뀌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2026년 1월 21일 특검 구형(징역 15년)보다 8년 무거운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그가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국무총리로서의 헌법 수호 의무를 끝내 외면했다고 봤다(주간경향).
5월 7일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조진구·김민아 판사)는 징역 15년으로 형을 줄이고 일부 혐의를 무죄로 바꿨다. 재판부는 "사전에 모의하거나 조직적으로 주도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기록상 찾기 어렵다"고 했고, "50여 년간 공직에서 국가에 헌신한 공로"를 형량에 반영했다(다음). 같은 기록을 두고 한 재판부는 '내란의 성공을 기대한 선택'을, 다른 재판부는 '적극 가담의 증거 부족'과 '공직 헌신'을 봤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은 반대로 움직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는 2월 12일 징역 7년을 선고했다(뉴시스). 5월 12일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민성철·이동현 판사)는 "내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9년으로 형을 늘렸고, 실제로 단전·단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보지 않았다(뉴시스).
두 피고인의 역할과 인정된 혐의가 다르므로 형량 자체를 견줄 수는 없다. 그러나 '내란 가담을 얼마나 무겁게 볼 것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두 항소심 재판부는 서로 다른 무게를 뒀다.
2. 같은 질문에 세 번 다른 답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은 같은 발언을 두고 판단이 세 번 바뀌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2024년 11월 15일 김문기 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 등을 허위사실 공표로 보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뉴시스).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이예슬·정재오 판사)는 2025년 3월 26일 무죄를 선고했다. 방송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고, '국토부 협박' 발언은 "정치적 의견표명"으로 봤다(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5월 1일 10대 2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했다. 골프 발언을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로 봤고,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발언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서울신문). 사실관계가 아니라 '이 말을 허위로 볼 것인가'라는 평가에서 판단이 갈렸다. 하트가 말한 열린 구조가 바로 이런 곳이다.
3. 대법관이 바뀌자 해석이 바뀌었다
같은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 조항(250조 1항)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5년 사이 다른 방향으로 판단했다.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은 2020년 7월 16일 판결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발언 사건을 7대 5로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김 대법원장은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게 아닌 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밝혔다(YTN). 조희대 대법원장의 전원합의체는 2025년 10대 2로 유죄 취지 판단을 내렸다.
그사이 대법관 구성이 바뀌었다. 2020년에는 문재인 정부 임명 9명, 박근혜 정부 임명 5명이었고, 2025년 5월에는 윤석열 정부 임명 9명, 문재인 정부 임명 4명이었다(채널A). 두 사건은 발언 내용이 달라 구성 변화만으로 결과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드워킨의 통합성은 같은 조항을 다르게 적용할 때 그 차이를 원리로 설명하라고 요구한다.
대법관 사이 의견이 갈리는 정도도 대법원장과 구성에 따라 달랐다. 경향신문 전수분석에서 전원합의체 판결 가운데 전원일치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 116건 중 39건(33.6%),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 113건 중 19건(약 17%)이었다(경향신문). 김선수 전 대법관도 김명수 대법원에서 전원일치 비율이 이전보다 "절반 이하로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인권과 정의 531호).
4. 수사하는 사람이 바뀌어도 달라졌다
판단의 차이는 법원 앞 단계에서도 나타났다. 조은석 특검의 내란특검은 조성현 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이 "위헌·위법한 지시를 스스로 거부해 계엄 조기 종식에 기여"했다며 입건하지 않았지만, 권창영 특검의 종합특검은 같은 사람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했다. 내란특검이 불기소한 해양경찰 지휘부에 종합특검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종록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뉴스토마토).
5. 판사 개인의 특성을 측정한 연구
박미랑(2017)은 살인 사건 양형에서 "판사의 연수원 기수"가 유의미한 영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양형 차이를 가장 크게 설명한 것은 피고인 정보였다(형사법의 신동향 55호).
조서녕(2023)은 수도권 1심 강간 판결 756건에서 여성·고연차 판사가 주심인 혼성 재판부가 전원 남성 재판부보다 평균 2.2개월 무겁게 선고했다고 밝혔다. 여성 판사가 재판부에 있는 것만으로는 차이가 없었다(경향신문).
임철·장지상·오정일(2018)은 1심 판결 6,374건으로 양형기준 도입 전후를 비교했다. 강간·횡령·위증은 형량 편차가 줄었지만, 강도는 오히려 커졌고 사기·무고는 줄지 않았다(법경제학연구 15권 1호).
6. 판사를 묶는 장치는 어디까지 작동하나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판사가 기준을 벗어나면 판결문에 이유를 적어야 한다. 2023년 준수율은 90.4%였다(법률신문). 2021~2023년 평균은 전체 91.1%였지만 성범죄는 87.6%, 디지털 성범죄는 79.9%로 판사 재량이 더 크게 작동했다(아시아경제).
국민참여재판에서는 2008~2025년 시민 배심원과 판사의 유무죄 결론이 93.9% 일치했다. 어긋난 196건은 대부분 배심원은 무죄, 재판부는 유죄로 본 경우였다(한국경제). 확정되지 않은 형사 판결문까지 열람·검색할 수 있게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2025년 12월 국회를 통과했고, 공포 2년 뒤 시행된다(경향신문).
이 장치들은 일상적인 사건에서 판사 개인의 편차를 줄인다. 하지만 이 글의 사례처럼 '가담을 얼마나 무겁게 볼 것인가', '이 발언을 허위로 볼 것인가' 같은 평가가 핵심인 사건에서는 기준표가 답을 주지 못한다. 그런 사건일수록 결과는 누가 재판장석에 앉느냐에 달린다.
정리
정의론의 관점에서 판사의 재량은 없앨 수 없다. 법조문이 모든 경우를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는 질문은 두 가지다. 누가 그 자리에 앉는가, 그리고 그 재량을 어떻게 설명하게 하는가. 판사를 뽑고 대법관을 제청하는 권한이 중요한 이유가 앞의 질문이고, 1편에서 다룬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바로 그 문제다. 판결 이유의 충실성, 판결문 공개, 같은 사안을 같게 다루라는 통합성의 요구는 뒤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같은 질문을 다른 나라는 어떻게 다루는지는 3편에서 다룬다.
확인할 점
- 한덕수·이상민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심리 중이며,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 판단 차이는 증거 판단, 법리, 양형 사유가 함께 작용해 생기며, 판사 개인의 성향 하나로 환원할 수 없다.
- 2024년 이후 양형기준 준수율은 확인하지 못했다.
시리즈 「법을 다루는 사람들」
- 1편: 조희대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들…국감이 드러낸 대법원장 직위의 무게
- 2편: 같은 법, 다른 판사…재판장 이름에 따라 갈린 형량과 판단(이 글)
- 3편: 로버츠, 브리그스, 이마사키, 그리고 르펜의 두 재판장…해외에서도 판결은 사람을 따라 움직였다
- 4편: 커뮤니티는 조희대를 어떻게 봤나…진영에선 갈렸고, 공금 앞에선 같았다
출처
- 한덕수 1심 징역 23년 — 주간경향
- 한덕수 2심 징역 15년 — 다음
- 이상민 1심 징역 7년 — 뉴시스
- 이상민 2심 징역 9년 — 뉴시스
- 이재명 선거법 1심 — 뉴시스
- 이재명 선거법 2심 무죄 — 뉴시스
-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판결 — 서울신문
- 2020년 전원합의체 무죄 취지 판결 — YTN
- 대법관 구성 변화 — 채널A
- 김명수·양승태 대법원 전원합의체 분석 — 경향신문
- 김선수, 전원합의체 30년 분석 — 인권과 정의 531호
- 내란특검과 종합특검의 판단 차이 — 뉴스토마토
- 박미랑, 살인 양형 연구 — 형사법의 신동향 55호
- 조서녕, 재판부 구성과 강간 양형 — 경향신문
- 임철·장지상·오정일, 양형기준 효과 — 법경제학연구
- 양형기준 준수율 — 법률신문
- 범죄군별 양형기준 준수율 — 아시아경제
- 국민참여재판 배심 평결 일치율 — 한국경제
- 미확정 형사 판결문 공개 확대 — 경향신문
이 글은 공개 출처를 바탕으로 AI가 자동 생성한 초안을 검토해 발행했으며, 중요한 판단 전에는 연결된 원문을 확인해야 합니다.